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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교'는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수백 년, 아니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유럽의 지적 전통과 맞닿아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유럽 명문대학의 시작과 그 진화의 흐름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서양 대학의 기원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현대적 의미의 대학(university)은 11세기말 이탈리아의 볼로냐(Bologna)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은 현재까지 운영 중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죠. 당시의 대학은 교회와 수도원의 학문적 전통을 기반으로 발전했으며, 종교적 목적보다는 점차 법학, 의학, 철학 등의 세속적 학문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볼로냐 대학은 법학 중심의 교육으로 명성을 얻었고, 학생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자치공동체 형태로 교수진을 초빙하며 교육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구조는 '학생 중심의 자율적 교육'이라는 개념을 낳았고, 후대 대학 제도의 기반이 되었죠.
이후 파리대학교(Université de Paris), 옥스퍼드대학교(Oxford) 등의 설립이 이어지며 유럽 전역에 학문 중심의 고등 교육기관이 확산되었습니다.
※ 이 시기의 대학은 오늘날처럼 다양한 전공보다는, 신학·법학·의학 같은 전문 학문이 중심이었고, 대학생은 성직자나 귀족 못지않은 사회적 위상을 누렸습니다.
옥스퍼드·파리·볼로냐: 유럽 3대 대학의 특징 비교
초기 대학들은 각기 다른 학문적 특성과 전통을 지니고 발전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럽 3대 대학’으로 불리는 볼로냐, 파리, 옥스퍼드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과 차별점을 지니고 있었죠.
대학명 | 설립 시기 | 중심 학문 |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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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대학교 | 1088년경 | 법학 | 학생 주도의 자치운영, 로마법 연구 중심 |
파리 대학교 | 1150년경 | 신학 | 성직자 양성 기관, 교회와 밀접한 관계 |
옥스퍼드 대학교 | 1096년경 | 철학·신학 등 | 귀족 중심, 후에 케임브리지로 분리되기도 함 |
이 시기의 대학들은 지역 권력과 갈등하며 학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추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파리대학교는 중세 스콜라 철학의 중심지로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기독교 신학의 융합을 시도했고, 지식 체계의 근간을 세운 대학으로 평가받습니다.
※ 이런 발전이 있었기에, 후에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현대 인문과학의 뿌리가 마련될 수 있었던 거죠.
현대까지 이어지는 천 년의 유산
근대 이후 대학은 점점 국가와 사회 체제 안으로 편입되며, 교육과 연구의 양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특히 19세기 독일의 훔볼트 모델은 학문 중심, 연구 중심의 대학 모델을 제시했고, 이는 이후 미국 아이비리그나 아시아권 명문대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오늘날까지도 볼로냐, 파리, 옥스퍼드 등은 여전히 세계 대학 랭킹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단지 교육기관을 넘어 도시의 상징, 지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참고로 ‘University’라는 단어는 라틴어 universitas magistrorum et scholarium에서 유래된 것으로,
‘교수와 학생들의 공동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천 년이 흐른 지금도 이 철학은 유효합니다.
천 년 전, 학생과 교수들이 모여 자유롭게 학문을 논하던 공간, 그 작은 씨앗이 오늘날 전 세계 수십만 개의 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여러분도 그 오래된 지적 여정 위에 서 있는 존재입니다. 배우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그 과정이 곧 인류 지성의 역사를 잇는 것이니까요.